경기둘레길 코스 추천 — 60개 구간 852km, 전철역에서 시작하는 8개 구간부터
경기둘레길은 경기도 바깥 테두리를 한 바퀴 도는 길입니다. 김포 대명항에서 출발해 파주·연천·포천·가평을 지나 양평·여주·이천·안성·평택을 거치고, 화성·안산·시흥·부천을 돌아 다시 대명항으로 돌아옵니다. 1코스 출발지와 60코스 도착지가 똑같이 대명항인 순환형이라, 어디서 시작하든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막상 걸어보려고 검색하면 「60코스」라는 말만 나옵니다. 어느 구간이 몇 킬로미터인지, 차 없이 갈 수 있는 데가 어딘지는 한눈에 안 들어옵니다. 그래서 공공 걷기길 표준데이터에 들어 있는 경기둘레길 구간을 전부 꺼내 거리·소요시간·시작점·도착점으로 줄을 세워 봤습니다.
결론부터 적습니다. 전체 60개 구간 851.8km이고, 그중 4시간 안에 끝나는 구간이 17개, 시작점이나 도착점이 전철·기차역인 구간이 8개입니다. 처음이라면 이 두 조건이 겹치는 데부터 고르면 실패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60개 구간 852km — 전부 걸으면 303시간
표준데이터에 실린 경기둘레길 구간을 합치면 851.8km입니다. 안내에 적힌 소요시간을 그대로 더하면 302.8시간, 하루 6시간씩 꼬박 걸어도 51일이 걸립니다. 완주를 목표로 잡는 사람이 드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거리로 나눠 보면 이렇게 흩어져 있습니다.
- 10km 이하 — 16개 구간
- 10~15km — 15개 구간
- 15~20km — 20개 구간
- 20km 이상 — 9개 구간
가장 짧은 건 안성 42코스 6km(청룡사→서운면사무소, 2시간 7분), 가장 긴 건 연천 11코스 25km(군남홍수조절지→신탄리역, 8시간 20분)입니다. 같은 길 이름을 달고 있는데 하루 일정이 네 배 차이 납니다. 「경기둘레길 한 코스 걷자」는 말이 사실상 아무 정보도 담고 있지 않은 셈입니다.
차 없이 갈 수 있는 8개 구간
수도권에서 걷기의 최대 장벽은 길이 아니라 끝나는 지점에서 돌아오는 방법입니다. 차를 시작점에 세워두면 도착점에서 다시 차까지 돌아와야 합니다.
시작점이나 도착점이 전철·기차역인 구간은 60개 중 8개였습니다.
- 가평 20코스 9km 3시간 — 용추계곡 → 가평역
- 가평 21코스 9km 2시간 45분 — 가평역 → 상천역
- 가평 22코스 11km 5시간 — 상천역 → 청평역 입구
- 가평 23코스 8km 2시간 40분 — 청평역 입구 → 삼회1리 마을회관
- 부천 55코스 13km 5시간 45분 — 부천 소사역 → 부천오정대공원
- 시흥 54코스 15km 5시간 — 시흥연꽃테마파크 → 부천 소사역
- 연천 11코스 25km 8시간 20분 — 군남홍수조절지 → 신탄리역
- 연천 12코스 16km 6시간 45분 — 신탄리역 → 내산리 삼보쉼터
이 중 가평 21코스는 양쪽 끝이 모두 경춘선 역입니다. 가평역에서 내려 상천역에서 다시 타면 되니 차를 아예 안 써도 됩니다. 9km에 2시간 45분, 경유지는 사이클테마공원과 에덴스포츠타운. 경기둘레길에서 가장 부담 없는 첫 구간이 어디냐고 물으면 저는 여기를 답하겠습니다.
나머지 구간의 시작·도착점은 버스터미널 8곳, 정류장 12곳, 마을회관 10곳입니다. 마을회관이 종점인 구간은 배차 간격을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한 시간을 기다립니다.
반나절이면 끝나는 17개 구간
안내 소요시간 4시간 이하는 17개였습니다. 아침에 나가 점심 전에 끝나거나, 점심 먹고 나가 해 지기 전에 끝나는 분량입니다.
- 안성 42코스 6km 2시간 7분 — 청룡사 → 서운면사무소
- 여주 34코스 7km 2시간 15분 — 신륵사 → 한강문화관
- 양평 30코스 8km 2시간 32분 — 계정1리 마을회관 → 양동 농협
- 가평 23코스 8km 2시간 40분 — 청평역 입구 → 삼회1리 마을회관
- 가평 21코스 9km 2시간 45분 — 가평역 → 상천역
- 김포 58코스 9km 2시간 55분 — 김포장릉산 쉼터 → 김포 새솔학교 앞
- 포천 15코스 8km 3시간 — 운천터미널 → 산정호수공원
- 김포 2코스 8km 3시간 10분 — 문수산성남문 → 애기봉 입구
- 김포 57코스 11km 3시간 25분 — 아라김포여객터미널 → 김포장릉산 쉼터
- 여주 33코스 11km 3시간 45분 — 강천면사무소 → 신륵사
짧은 순으로 열 개만 실었고 일곱 개가 더 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여주 34코스입니다. 7km에 2시간 15분, 신륵사에서 출발해 금은모래강변공원을 지나 한강문화관에서 끝나는 남한강 평지라 아이와 함께 걸어도 무리가 없습니다.
짧은 코스가 더 오래 걸리는 이유
거리만 보고 고르면 낭패를 봅니다. 안내 소요시간을 거리로 나눠 시속을 계산해 봤더니 구간별로 1.9km/h에서 4.8km/h까지 벌어졌습니다. 전체 평균은 2.81km/h입니다.
- 여주 35코스 — 10km인데 5시간 15분 (1.9km/h)
- 양평 29코스 — 13km인데 6시간 24분 (2.0km/h)
- 김포 59코스 — 8km인데 3시간 45분 (2.1km/h)
- 양평 26코스 — 17km에 7시간 47분 (2.2km/h, 60개 중 최장 시간)
- 이천 37코스 — 12km인데 2시간 30분 (4.8km/h)
- 시흥 53코스 — 18km에 4시간 40분 (3.9km/h)
여주 35코스는 10km인데 5시간 넘게 잡혀 있고, 이천 37코스는 12km인데 2시간 30분입니다. 거리는 이천이 더 긴데 시간은 절반입니다. 시속이 2km 아래로 떨어지는 구간은 대개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산길이고, 4km 가까이 나오는 구간은 제방길이나 포장 평지입니다. 「10km니까 두 시간이면 되겠지」가 가장 흔한 오판입니다.
다만 이천 37코스의 4.8km/h는 쉬지 않고 빠르게 걸어야 나오는 속도라, 산정 기준이 다르다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시속은 구간 성격을 가늠하는 신호로만 쓰세요.
지역마다 성격이 다릅니다
코스 이름에 붙은 지역으로 묶어보면 분포가 고르지 않습니다.
- 가평 — 8개 구간 98km (평균 12.3km)
- 김포 — 7개 구간 77km (평균 11.0km)
- 연천 — 4개 구간 76km (평균 19.0km)
- 안성 — 5개 구간 74km (평균 14.8km)
- 양평 — 6개 구간 71km (평균 11.8km)
- 여주 — 5개 구간 50km (평균 10.0km)
- 부천 — 2개 구간 29km (평균 14.5km)
구간 수가 가장 많은 건 가평이고, 한 구간이 가장 긴 건 연천입니다. 연천은 네 구간뿐인데 평균 19km, 그중 11코스는 25km입니다. 사람이 적게 사는 곳일수록 중간에 끊을 만한 지점(역·터미널·마을)이 드물어 구간이 길어집니다. 반대로 여주는 다섯 구간 평균 10km로 가장 짧습니다. 남한강 변에 마을과 시설이 촘촘해 자를 데가 많기 때문입니다.
코스 번호로 묶으면 화성·안산·시흥·부천·김포를 잇는 47~60코스가 206.8km로 가장 길고, 가평 구간(18~25코스)이 98km로 가장 짧습니다.
가을에 걷는다면 이 여섯 구간
9~11월에 처음 걷는 분들께 권할 만한 구간을 지역별로 하나씩 골랐습니다. 모두 4시간 이하이거나 접근이 쉬운 곳입니다.
- 가평 21코스 9km 2시간 45분 — 가평역에서 상천역. 양쪽 다 경춘선, 차 필요 없음
- 여주 34코스 7km 2시간 15분 — 신륵사에서 한강문화관. 강변 평지, 절과 함께
- 포천 15코스 8km 3시간 — 운천터미널에서 산정호수공원. 허브야생화마을 경유
- 김포 2코스 8km 3시간 10분 — 문수산성남문에서 애기봉 입구. 산성과 강 조망
- 안성 42코스 6km 2시간 7분 — 청룡사에서 서운면사무소. 60개 중 가장 짧음
- 부천 55코스 13km 5시간 45분 — 부천 소사역 출발. 수도권 전철로 바로 접근
경기둘레길 전체 구간과 함께 해파랑길, 남파랑길도 같이 보시면 성격 차이가 보입니다. 동해안·남해안 길이 바다를 계속 끼고 가는 반면, 경기둘레길은 강·산·갯벌·도심이 번갈아 나옵니다.
처음 걷는 사람이 자주 놓치는 다섯 가지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눈에 띈 것들을 실용적인 순서로 적습니다.
- 돌아오는 편부터 정하세요. 도착점이 마을회관·면사무소인 구간이 60개 중 10곳입니다. 출발 전에 그 정류장의 막차 시각을 확인해 두면 하루가 망가지지 않습니다.
- 거리 말고 시속으로 판단하세요. 거리를 안내 시간으로 나눠 2km/h 아래가 나오면 오르내림이 있는 구간입니다. 같은 10km라도 체감이 완전히 다릅니다.
- 안내 시간에 30%를 더하세요. 표에 적힌 시간은 쉬는 시간과 사진 찍는 시간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 연천·포천 구간은 통제 여부를 먼저 확인하세요. 민통선과 군사시설 인근을 지나는 구간이 있어 출입이 제한되는 날이 생깁니다.
- 가을에는 해 지는 시각을 역산하세요. 10월 말이면 수도권 일몰이 오후 5시 30분 안팎입니다. 6시간짜리 구간을 오전 11시에 시작하면 마지막 한 시간을 어둠 속에서 걷게 됩니다.
덧붙이면 이 글의 「추천」은 거리와 접근성 기준입니다. 경치는 숫자로 줄 세울 수 없고, 짧고 쉬운 구간이 반드시 좋은 구간도 아닙니다. 긴 거리를 감당할 수 있는 분에게는 연천 11코스 쪽이 훨씬 기억에 남습니다.
데이터에 대해. 이 글의 거리·소요시간·시작점·도착점은 공공데이터포털의 걷기길 표준데이터에서 경기둘레길 구간만 추려 정리했습니다. 정리하면서 확인한 한계를 그대로 밝힙니다. 첫째, 원자료에는 62건이 들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60개 구간입니다. 화성 47·48코스가 이름 표기만 다른 채로 두 번씩 실려 있었습니다. 시작점·도착점이 같아 중복으로 판단해 하나씩만 셌습니다. 둘째, 소요시간 숫자 필드가 62건 중 60건에서 0으로 비어 있었습니다. 그 필드를 그대로 썼다면 전체 소요시간이 303시간이 아니라 12.8시간으로 나올 뻔했습니다. 그래서 「2:45」·「6시간 30분」처럼 적힌 문자열을 직접 읽어 다시 계산했습니다. 셋째, 거리 값 대부분이 정수로 반올림돼 있습니다. 60개 중 58개가 6·8·9km처럼 딱 떨어지고, 화성 47·48코스만 19.3km·19.5km입니다. 총거리 851.8km도 그만큼 오차를 안고 있습니다. 넷째, 구간이 속한 시·군 정보가 코스 이름과 어긋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포천 13코스의 소재지는 연천군, 안산 49코스는 화성시로 기록돼 있습니다. 시작 지점 좌표를 기준으로 붙은 값이라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역별 집계는 소재지 필드가 아니라 코스 이름 기준으로 했습니다. 다섯째, 60개 구간의 갱신일이 2023년 7월입니다. 3년 전 정보이므로 우회로·폐쇄 구간은 반영돼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코스 안내는 지자체 사정이나 공사·재해로 변경될 수 있고, 일부 구간은 계절이나 안보 상황에 따라 통제됩니다. 출발 전 경기둘레길 공식 홈페이지와 해당 시·군 공지를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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